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영화 서울의 봄 감칠맛 나는 후기

by 핵꿀일꺾 2025. 5. 26.
반응형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단 하룻밤 만에 대한민국의 군 통수권이 뒤바뀌는 역사적 사건을 다룬 영화입니다. 아주 사실적인 재현 덕분에 정서적으로 깊은 충격이 남았습니다.


이미 역사 공부를 통해 결말을 알고 보는 영화였음에도 전개는 숨이 막힐 정도로 빠르고, 인물 간의 대사는 칼날처럼 날카로웠습니다.

 

우리는 분명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압니다. 그렇지만 왜 아직도 이 이야기를 반복해서 봐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이 영화에서 알 수 있습니다.

 

 

서울의 봄 영화 포스터

 

 

재현

 

 

이 영화는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 이후, 권력의 공백을 노리고 군 내 사조직 '하나회'가 벌인 쿠데타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이 바로 ‘전두광’입니다.
실존 인물 전두환을 모티브로 한 이 캐릭터는 권모술수, 비열함, 야욕 그 자체였습니다.
합수부 완장을 차고 권력에 도취된 그의 모습은 너무나 사실적이라 불쾌할 정도였고, 황정민 배우의 연기는 혐오와 분노를 이끌어내기에 충분했습니다.

 

반면 그에 맞서는 이태신(장태완 장군 모티브)은 참된 군인의 상징이었습니다.
정치를 멀리하고, 국민과 국가를 위한 신념 하나로 버티던 인물입니다.
정우성 배우가 이 인물의 답답할 정도의 올곧음과 간절함, 고독을 뜨겁게 표현하며 후반부 영화의 중심축을 단단히 붙잡습니다.
이 대비는 영화의 긴장감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고, 보는 내내 ‘진짜 강한 사람은 누구인가’를 되묻게 만들었습니다.

 

 

몰락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인물 묘사의 디테일입니다.
특히 정상호(정승화 육군참모총장 모티브)와 오국산(노재현 국방장관 모티브)의 인물 대비는 참담함을 극대화합니다.
정상호는 군의 중립성과 원칙을 지키려 노력하지만, 오국산은 자신의 안위만을 좇으며 결정적인 순간에 도망칩니다.
총소리를 듣고 가족을 데리고 도망치는 국방장관의 모습은 웃기면서도 울화통이 터지는 장면이었습니다.
게다가 반란군 병력에 서울이 잠식되며 정의로운 군인들이 하나둘씩 체포되는 과정을 보는 건 고통스럽기까지 했습니다.
특히 이태신이 통신 차단, 병력 배신, 전력 차이 속에서도 끝까지 저항하는 모습은 인간적으로도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연출

 

 

제가 더 놀라웠던 건, 이 영화가 대부분 실내 공간에서 벌어졌다는 점입니다. 거기다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시퀀스 설계와 촬영, 조명의 대조, 음향 효과까지 완벽하게 설계되어 있어 관객을 단 한 장면도 놓치지 못하게 만듭니다.
전두광의 공간은 노란빛과 붉은빛으로 그의 권력욕을 시각화하고, 이태신의 공간은 어두운 그림자 속에 놓여 외로움과 절망감을 강조합니다.

대사 볼륨, 전화 통화의 위치감, 심지어 자막과 CG까지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어 ‘정치 스릴러’라는 장르에 걸맞은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배우들의 연기력은 따로 언급할 필요 없이 주조연 할 것 없이 탄탄하며, 육본 벙커 세트 등은 밀도감 있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그런 걸까요? 영화를 보는 내내 마치 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인물이 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추천

 

 

'서울의 봄'은 단지 한 편의 스릴러 영화가 아닙니다.

 

우리 현대사의 치욕스러운 한 페이지를 어떻게 기억하고,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단 9시간 만에 정의가 무너지고, 쿠데타가 성공해버린 이 밤은, 군인이 정치에 개입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영화는 말합니다.


“바른 권력은 없고, 있어도 죽는다.”


비록 이들은 정부의 심판을 받지 않았고, 호화롭게 여생을 보냈을지라도, 역사가 그들을 심판할 것이라는 목소리를 영화는 꾹꾹 눌러 담고 있습니다.

 

다시는 이런 역사가 반복되지 않아야 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 기억하고 또 기억해야 합니다.

 

 

추천 대상 및 총평

 

 

사회적 의미와 역사적 사실, 연출과 연기, 모든 요소를 통틀어 봤을 때 놓쳐서는 안 될 수작임이 분명합니다.
특히 정치와 군사, 역사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는 꼭 봐야 할 작품이며, 아직 12.12를 잘 모르는 세대들에게도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최근 현대판 계엄 사건으로 인해 나라가 상당히 시끄럽습니다.

개인적으로 도무지 이해가 가지는 않지만 온 국민이 하나되어 위기를 슬기롭게 해결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줄평

 

 

진실을 외면한 권력은 혁명이 아니라 반역이었다. 그리고 그 밤을 우리는 아직도 걷고 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