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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IRST SLAM DUNK』 감상 후기 – 다시 쓰인 슬램덩크, 한 남자의 진심을 따라가다

by 핵꿀일꺾 2025.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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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3일, 무려 26년 만에 돌아온 『SLAM DUNK』의 영화판, 『THE FIRST SLAM DUNK』가 일본을 시작으로 전 세계 팬들의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직접 감독과 각본을 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팬들의 기대는 컸지만, 이 작품은 그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방식으로 관객을 놀라게 했습니다. 단순한 결승전 재현이 아니라, '한 명의 이야기'로 슬램덩크의 감정을 다시 써 내려간 영화. 그 진심을 따라가 본 감상기를 지금부터 전해드릴게요.

 

 

THE FIRST SLAM DUNK 애니메이션 영화 포스터

 

목차


미야기 료타, 그가 왜 주인공인가

 


원작의 주인공은 사쿠라기 하나미치였지만, 이 영화는 철저히 미야기 료타의 시점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야기의 서두는 미야기의 고향인 오키나와에서 시작됩니다. 그가 농구를 시작하게 된 이유, 형 소타와의 관계, 그리고 형을 잃은 후 농구를 통해 자신을 지탱해온 시간들. 이런 배경은 단순히 ‘과거 회상’ 이상의 의미로 다가옵니다. 료타가 경기 내내 손목에 감고 있는 붉은 밴드는 그 슬픔과 약속의 상징이자, 료타라는 인물의 전부를 응축해 놓은 장치죠.

감독은 이 프롤로그를 통해, 경기의 승패보다 더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무엇을 위해 이들은 뛰는가. 무엇을 잃었고, 무엇을 지키려 하는가. 『THE FIRST SLAM DUNK』는 이런 질문에 료타의 시선을 통해 조용히, 그러나 깊게 대답합니다.

 


명장면의 연속, 그러나 감정선이 더 깊다

 


영화의 메인 무대는 원작에서도 가장 전율을 일으켰던 ‘쇼호쿠 vs 산노오 공업’ 전국대회 2회전 경기입니다. 경기의 구성 자체는 원작을 거의 그대로 따르면서도, 연출은 전혀 다르게 풀어갑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3D CG와 손그림의 하이브리드 구성. 경기 장면은 모션캡처 기반의 3D CG로 제작되었지만, 캐릭터의 감정 표현은 여전히 손그림 특유의 감성을 유지하고 있죠. 이 덕분에 관객은 마치 실제 농구 경기를 보는 듯한 현장감 속에서, 인물 하나하나의 심리 흐름을 더욱 섬세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사쿠라기 하나미치의 초반 덩크 장면은 료타의 스루패스를 그대로 받아 아리우프 덩크로 연결되며 경기 분위기를 압도합니다. 이후에도 미츠이 히사시의 연속 3점슛, 루카와 카에데의 돌파, 아카기의 골밑 싸움 등, 팬이라면 가슴 뜨거워질 장면들이 연이어 펼쳐지죠.

그러나 이 모든 ‘명장면’보다 더 깊게 남는 건, 선수들의 과거가 짧게 삽입되는 회상입니다. 미츠이의 재기, 루카와의 고독, 하나미치의 무모한 열정… 단지 경기를 위해 뛴 게 아니라, 각자의 이유로 코트를 버텨낸 인물들. 이 감정의 깊이가 영화 전체를 묵직하게 만듭니다.

 


후반전, 진짜 승부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산노오의 풀코트 프레스가 시작된 후 쇼호쿠는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료타는 이중 마크에 시달리며 속공을 전개하지 못하고, 점수 차는 20점 이상 벌어집니다. 하지만 이때부터 반전이 시작되죠. 안자이 감독은 하나미치에게 리바운드를 전담시킵니다. 점프력 하나로 산노오를 뒤흔드는 사쿠라기의 활약, 미츠이의 외곽포, 루카와의 돌파는 단순히 '멋진 플레이'로 그쳐선 안 됩니다. 각자의 삶과 감정이 묻어난 ‘반격의 흐름’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료타. 경기가 끝나기 직전, 그는 형과 나눈 약속을 되새기며 마지막을 향해 전력으로 달립니다. 그 순간의 몰입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단지 ‘이길 수 있을까’가 아니라, ‘이겨야만 하는 이유’가 모두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이었습니다.

 


에필로그, 미야기의 이야기를 마무리하다

 


영화의 마지막은 원작과는 확실히 다른 흐름으로 전개됩니다. 경기가 끝난 후, 미야기는 고향 오키나와의 바다로 돌아갑니다. 바닷가에서 어머니와 조용히 걷는 장면, 형의 사진을 바라보며 웃는 모습. 그리고 “형을 뛰어넘고 싶었어”라는 진심 어린 고백은 관객의 마음을 울립니다. 여운이 길게 남는 마무리였어요.

이 장면은 단순한 클로징이 아니라, “슬램덩크가 끝난 그날 이후”를 보여주는 연출로서, 감독이 오랜 시간 간직해온 팬들에 대한 헌사처럼 느껴졌습니다.

 


총평 – 슬램덩크를 사랑했던 모든 이에게 바치는, 가장 진심 어린 영화

 


『THE FIRST SLAM DUNK』는 단순한 추억팔이가 아닙니다. 원작 팬에게는 감정의 재해석이자,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도 완결된 하나의 드라마로 충분한 무게를 갖고 있습니다. 특히 미야기 료타라는 인물을 중심에 세우며, 기존 슬램덩크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감정선과 메시지를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높은 예술적 가치를 갖습니다.

어릴 적 슬램덩크를 보며 농구공을 처음 잡아봤던 분들이라면, 지금 이 영화를 통해 '왜 그 시절 우리가 그렇게 열광했는가'를 다시 느끼게 될 겁니다.

놓치지 마세요. 이 영화는, 단지 경기 하나를 그린 게 아니라,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정면으로 마주한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슬램덩크의 팬이라면 반드시 극장에서 경험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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